홀로스피어

 

 11화의 부제는 노보스탈리스크 공방전입니다. 부제만 보면 노보스탈리스크에서 치열한 전투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기 쉬우나 정작 본편은 지구군과 화성군의 전투 묘사는 압축하고 주역 인물들의 묘사와 이야기 진행에 힘을 쏟습니다. 그 덕분에 11화의 메인이 될 수도 있었던 공방전은 빈약하고 난잡하게 그려집니다. 양륙성은 지구기지위로 강력한 파괴력을 퍼붓는대신 비교적 얌전히 강하한다음 특수장비로 두터운 암반을 뚫고 지구기지 안에 직접 병력을 투입합니다. 이 일련의 과정속에서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 화성군에게 지구군들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들이 단편적으로 이어지며 그마저도 몇 장면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 마음에 들었던 요소는 적어도 정지컷 처리는 하지 않았다는 것뿐입니다.

 

 


 

 지난 10화에서 슬레인이 타르시스를 타는 건가 기대하게 했는데 이번 화에도 타지 않습니다. 공주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출진할 때 선택한 것은 스카이캐리어였습니다. 타르시스를 움직일 수 있었다면 굳이 스카이캐리어를 탈 것 같지 않으므로 역시 슬레인에게는 타르시스를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지난 10화에서 자츠바움 경이 슬레인에게 타르시스를 줄 것처럼 앞에다 데려다놓고 자유를 준 것은 슬레인이 트로이어드 박사의 아들이니 알드노아 드라이브를 기동시킬 수단을 혹시 알고 있다면 한 번 해보라는 것이 아니었나 합니다. 거기에 관한 의혹은 자츠바움 경이 크루테오 경에게 여러번 말한 적도 있습니다.

 

 


 

 11화는 오랫만에 슬레이프니르가 재출동한 화이기도 합니다. 혼자 아레이온과는 다른 추가장비를 가지고 등장하는데, 아레이온은 이 추가장비를 (아마도 무게차이때문에) 쓸 수 없는 건지 아니면 가지고 있던 아레이온도 몇 기 더 있는데 화면에 안 잡힌 것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지난 전투들에선 그저 '이나호가 탄' 슬레이프니르가 활약을 할 뿐이었다면 이번 화는 노골적으로 슬레이프니르가 멋있는 장면을 가져갑니다.
 강하작전은 나름 성공적으로 끝나나 했더니 이나호가 통신이 너무 깨끗하다는 걸 느낀 순간 지구군의 통신을 도청하던 디오스쿠리아가 나타나 데우칼리온을 공격합니다. 함장님은 공주님을 양륙성에 강하시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데우칼리온으로 양륙성을 직접 들이받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다른 로봇애니메이션들의 예를 봤을 때도 그렇듯 하나의 캐릭터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 전함입니다만 데우칼리온은 철저하게 작중 이야기 진행을 위한 도구로 쓰였습니다. 픽션의 왕이라 할 수 있는 소설의 3요소에 비유해 이야기 하면 인물 사건 배경 셋 중 사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창작자의 경우 간혹 인물을 이야기 진행을 위한 장치 혹은 도구로써만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창작자들이 있습니다. 데우칼리온도 그렇게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완결성은 좋아질지언정 그 대상의 활약상을 바란 소비자가 있다면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을 보면서 좋아하기는 어렵습니다.
 로봇 애니메이션의 법칙 3조 1항 주역 전함은 주역기를 수납하는 역할 외에도 나름대로의 비중과 활약상이 있어야 한다. 같은 법칙은 없으니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통적인 전함의 활약상을 바란 시청자들은 아쉬워할 겁니다.

 

 

 


 

 

 

 

 원안을 맡은 우로부치 씨의 전작들을 보면 주역들을 정신적으로 극한으로 몰아가는 순간이 있습니다. 마도카☆마기카에서 마녀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취성의 가르간티아에선 히디어즈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PSYCHO-PASS에선 멘탈미인과 멘탈미남이 만나는 순간 등이 그렇습니다. 11화에선 그 파멸적인 순간이 다가올 징조들이 보입니다. 지난 헬라스 전에서 말했듯 이나호는 심적인 데미지가 상당히 쌓인 상태이며 11화에서 다시 한번 누나와 갈등을 일으킵니다. 공주님은 자신의 연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는 사실에 절망합니다. 순간순간 감정이 이끄는대로 행동하는 슬레인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은 인물입니다. 그런 주역들 앞에 기다리는 것은 자츠바움 경의 디오스쿠리아입니다. 믿었던 지구기지는 속절없이 무너졌고 상대는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있으면서도 방심하지 않고 주역들의 작전을 분쇄하려 합니다.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주역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어떻게 조명할지를 남기고 11화가 끝납니다.

'그리고 세계는 멸망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원추방  (0) 2014.12.04
알드노아. 제로 12  (0) 2014.09.25
알드노아. 제로 10  (0) 2014.09.12
알드노아. 제로 09  (0) 2014.09.03
알드노아. 제로 08  (0) 2014.08.27
BLOG main image
홀로스피어
위크로스 안합니다
by daylilys

공지사항

카테고리

계획대로! (30)
그리고 세계는 멸망했다. (16)
놈은 사천왕 최약체지 (0)
나한테 이런 건 네가 처음이야 (5)
사소한 건 신경쓰지 마 (0)
기다리고 있겠다 (0)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0)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