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의 A파트는 지난 7화에서 연출상 빠졌던 부분인 데우칼리온을 기동시키는 장면이 들어가 있습니다.
8화의 본편은 화성기사와의 전투가 없이 이야기를 쌓아나간 화였습니다. 닐로켈라스, 아르기레, 헬라스를 쓰리아웃시킨 투수 이나호 선수는 오랫만에 휴식을 얻고 슬레인은 지금까지보다 더더욱 심한 고통을 당하죠. 8화는 이 데우칼리온에서의 이나호 일행과 다시 화성측에 잡혀간 슬레인과의 대조를 이루는 식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본편의 시작부엔 슬레인의 회상이 나오고 슬레인의 눈에 공주가 비치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와 고문받던 슬레인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 눈동자엔 크루테오 경이 비칩니다.
크루테오 경은 슬레인을 심문하지만 슬레인은 입을 열지 않습니다. 자츠바움 경은 슬레인이 필요하기에, 정확히는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크루테오 경을 계속 말립니다. 크루테오 경이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는 않지만 그게 의미없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자츠바움 경이 말리지 않았다면 크루테오 경은 넌더리를 내고 슬레인을 죽여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고문 시간이 지나간 다음엔 데우칼리온의 상황이 지나갑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데우칼리온의 코어에 대한 이야기까지 감안하면 데우칼리온은 지구군의 손으로 건조된 모양입니다.
공주의 정체를 알게 된 함장과 이나호, 그리고 라이에의 대면이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이나호는 고의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대놓고 말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돌려말하는 일 따위는 없다는 이나호의 성격이 드러나는 대사였습니다.
라이에는 이 자리에서 화성의 정치구조에 대해 통렬히 비판하는데, 이것은 제작진이 버스제국을 일부러 그러한 집단으로 설정했단느 것을 드러내는 장치였습니다. 라이에는 그 비판과 함께 지금까지 자신을 세뇌하듯이 해 왔던 말인 화성인은 모두 적이라는 말을 여기서 다시 한번 되뇝니다. 자신이 그 구조 안에 속해 있었기에 다른 사람은 모를지라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자조적이며, 또한 자신이 공주가 경계하는 바로 그 암살자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한 노력입니다. 나는 화성인을 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주위에 어필하면 자신이 화성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지구인들 속의 화성인을 조명한 장면이 지나간 후, 화성인들 속의 지구인이 등장하는 장면이 다시 한 번 등장합니다. 슬레인은 겨우 입은 열지만 오히려 크루테오 경의 화만 돋구고 맙니다. 슬레인의 회상이 다시 한 번 등장하는데 공주와 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입니다. 이번 화의 주요 상징물이죠. 이 장면에서 슬레인이 크루테오 경에게 지적하는 그의 모순점과 슬레인이 기억하는 공주의 모습은 지구 자체에 호감을 가진 공주와는 달리 크루테오 경은 기본적으로 지구인을 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그 의식의 차이를 강조합니다.
장소는 데우칼리온으로 바뀌며 꽁트에 가까운 장면이 등장합니다. 라이에는 그 안에 끼지 못함을 드러내고요.
이나호와 공주님의 대화는 이번 화의 데우칼리온에서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이나호는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보아 말 그대로의 의미일 것 같은 대답을 던지듯이 말하고, 공주는 어떻게 자신이 지구에 호감을 갖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그에 때맞춰 새들이 잔뜩 날아오는데 가끔 아오키 에이 감독은 배경연출에 과하게 기대어서 간혹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운 장면을 만들곤 하는데 이 부분이 그랬습니다. 신아와라 시에는 비둘기나 참새도 없었나? 여기는 많은데라는 의문도 들고요.
전투 뒤라서 더욱 평화롭게 느껴질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과 대비시키듯 슬레인을 고문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이번 8화에서도 백미인 장면이었습니다. 공주는 슬레인에게서 들으며 기대했던 새를 보았지만 슬레인은 그 옆에 없이 고문을 당하고 있죠.
홧김에 슬레인을 직접 패고 있던 크루테오 경에게 다시 한 번 보고가 오는데 이 보고는 내용 진행의 큰 전환점이 됩니다.
이 보고에서 타네가시마 지하에 있던 카타프락트의 본명이 데우칼리온이라는 것. 그리고 전함은 그 카타프락트의 알드노아 드라이브를 이용해서 건조되었으며 이름도 갖다붙였다는 사실 등이 드러납니다. 여기엔 두 백작마저도 놀라고 맙니다.
크루테오 경은 지구인은 알드노아를 기동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하는데 슬레인은 그런 크루테오 경을 비웃습니다. 크루테오 경은 슬레인에게 왜 웃냐고 묻지만 슬레인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고 크루테오 경이 슬레인을 죽일 뜻을 내비치자 자츠바움 경은 통신을 끊고 출격합니다. 자츠바움 경이 이 시점에서 같은 화성기사를 공격한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출격한 이유는 대략 2가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슬레인이 죽으면 자츠바움 경은 곤란하다는 것. 그리고 슬레인의 비웃음덕분에 크루테오 경이 공주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크루테오 경은 잠시 뒤 공주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추리해냅니다.
크루테오 경은 슬레인이 홀로 공주님을 위해 행동했음을 깨닫고 그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데, 슬레인은 그것을 보지 못하고 먼저 기절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오해는 풀려도 상황은 전혀 풀리지 않습니다.
크루테오 경의 양륙성을 언노운 기체 하나가 격파해 버리기 때문이죠. 자츠바움 경의 전용기인 디오스쿠리아입니다.
디오스쿠리아는 지금까지 나온 카타프락트 중 가장 압도적인 성능과 포스를 자랑합니다. 삐죽삐죽한 온 몸과 시커먼 외견은 자신이 (아마도 1쿨의) 최종보스임을 패기롭게 발산합니다.
크루테오 경은 창작물에서 늘상 나오는 클리셰대로 진실을 알게 되자마자 퇴장하고 맙니다. 주인공들의 위기를 풀어가기에 도움이 될 크루테오 경이 죽은 것도 안타깝지만 타르시스의 등장이 늦어진 것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작진이 화성기사간의 갈등을 더 심도있게 그려낼 생각이 있다면 크루테오 경을 다시 등장시키거나 혹은 그의 위치를 대신할 화성기사를 새로이 등장시키겠지만 그의 양륙성의 알드노아 드라이브에 빛이 꺼진 연출은 그가 사망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슬레인은 제작진이 보답받지 못하는 아이라고 공언한대로 휴식도 주어질 새 없이 자츠바움에게 납치당합니다. 슬레인은 트릴랑이 자츠바움 경의 산하에 있던 기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자신이 고문당할 때 크루테오 경을 말리던 사람이라는 것 외엔 알지 못할 것이므로 자츠바움 경이 슬레인을 속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슬레인의 운명이 더욱 꼬여가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엔딩곡인 aLIEz가 흘러나오며 8화의 부제가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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