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드노아. 제로 10화는 폭풍이 불 때까지인 부제대로 1쿨 분량의 최종결전이 벌어지기 직전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영어부제도 알기쉽게 before the war라고 명명되어 있습니다.
이나호와 슬레인이 처음으로 만난 7화 이후부터 이번 10화를 마지막으로 지구측과 화성측, 정확히는 이나호측과 슬레인측의 인물들의 갈등관계를 정리합니다. 지난 3화동안 진행된 내용은 전부 최종결전에 돌입하기 전에 서로가 서로를 향해 적대한다는 것 이외의 요소를 정리한 것입니다. 라이에는 쌓인 감정을 풀어냈고 공주는 용서했으며 데우칼리온의 승무원들은 공주암살사건의 전모를 알게 됩니다. 슬레인은 공주암살사건의 범인을 알게되고 처음으로 자유로운 몸이 됩니다. 한창 전투하는 중에 크루테오 경의 등 뒤를 자츠바움 경의 등뒤를 공격하거나 라이에가 정신줄을 놓고 공주에게 총구를 향한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날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이 되었습니다.
전투중에 아군간의 갈등이 폭발하여 이야기가 복잡해질 여지를 줄여버리고 1쿨의 최종보스일 자츠바움이 지구기지에 돌입한다는 담백하고 깔끔한 전개는 마음에 들었으나 여기까지 오기 전, 전투파트가 죽 이어진 다음에 내부적인 이야기로 접어든다는, 4화부터 10화까지의 전체적인 구성은 조금 밋밋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화동안 갈등관계와 함께 풀어낸 설정들, 버스 제국의 사정에 관한 것들은 전투파트와 이전에 나왔어야 화성기사들의 행동방식에 설득력을 더해줄 수 있었을 겁니다. 데우칼리온 탑승 이후에 외부에서 온 위기가 전혀 없었다는 것도 이야기의 밀도를 떨어트렷습니다. 인기없는 미즈사키 부관이 유능한 덕분에 알드노아. 제로라는 작품의 인기 역시 떨어졌을까 불안합니다.
9화에서 이어진 장면인 심폐소생술은 공주님이 목을 졸렸을때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리얼하게 표현됩니다. 함장은 이나호에게 보통은 건성으로 배우는 것을 이나호가 할 줄 안다는 것을 지적하는데 이것은 1화에서 마리토 대위가 교련에 대해 자조하듯이 놀이라고 비꼰 것과 연결되는 대사이며 이나호가 왜 유능한가에 대한 절반 정도의 해답이기도 합니다.
이나호가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땀을 흘리자 함장이 바꿔줄까 물어보는데도 이나호가 괜찮다고 일축한 것은 이나호가 사실은 꽤나 당황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되살아난 공주님 앞에 라이에가 나타납니다. 공주님과 라이에의 타월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아 남성 시청자들의 시선에게서 그녀들의 속살을 보호합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 자신에 대해 고백하는 라이에 앞에서 공주님은 자신의 행동들이 지금까지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불행하게도 지구기지에 도착한 뒤에 한 연설도 좋은 결과는 못 냅니다. 공주의 연설은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고 자츠바움에게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꼴만 되고 맙니다.
라이에는 자신을 용서하고 오히려 용서를 구하는 공주님 앞에서 자기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고 공주의 주변에 총을 쏘아낸 다음 자살시도를 합니다. 10화 마지막 장면에서도 자츠비움 백작 역시 슬레인의 사슬을 총으로 쏘아 부수는 행동을 합니다.
본래라면 사슬이나 바닥에서 튕겨나온 총알이 다른 사람의 몸에 부딪혀 부상을 입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만 이 장면에서의 총은 연출상 사용된 도구일 뿐이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가솔린에 불붙어서 단순히 불타는 것으로 끝나야 할 자동차가 폭발을 하고 광선총의 광선이 눈에 보일 정도로 느리게 날아와 제다이가 휘두른 광선검에 튕겨나가는 것과 비슷한 이유입니다.
이 장면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공주님 역의 성우인 아마미야 소라 씨와 라이에 역의 성우인 미사와 사치카 씨의 연기였습니다. 그녀들의 북받치는 감정과 쌓인 울분 혼란 어느쪽도 담아내지 못했다고 생각됩니다. 10화 초반부의 연출 자체는 꽤 괜찮았다고 생각하는데, 성우분들의 목소리 연기는 가슴에 와닿는 것이 없었습니다.
라이에가 갇힌 다음 옷의 지퍼를 푸는 것은 비로소 지구인들에게 마음을 열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이 장면 이후로 마리토 대위의 치료기록을 함장이 지켜보면서 깔린 배경음은 데우칼리온 내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무척이나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캐치 후에 나오는 화성에 관한 이야기는 앞서 말했듯 훨씬 이전화에 풀어냈어야 할 설정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9화에서 자츠바움이 했던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10화의 후반부는 밀도가 상당히 낮으며 단편적인 이야기와 이미지들이 살짝살짝 지나갑니다. 슬레이프닐을 탈 거라는 이나호의 대화. 소비에트 연방의 낫과 망치 마크같은 것들입니다.
이 중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슬레인이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것과 자츠바움이 지구기지에 쳐들어간다는 사실입니다. 타르시스도 여기에서 등장하는데 흑기사의 이미지를 지닌 자츠바움의 디오스쿠리아와 대비되는 백기사의 이미지를 보입니다. 영주라는 지위를 가진 자로써 그다지 현명하다고는 할 수는 없으나 은혜는 확실히 갚는다는 자츠바움의 성격은 꽤나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타르시스에 뭔가 장치라도 해놓았을 수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것은 슬레인이 이것을 어떻게 기동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다음화로 미루어집니다.
지구기지와 자츠바움과의 최종결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슬레인이 무슨 역할을 할지에 대한 기대감을 남기고 10화는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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