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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까지의 내용이 프롤로그였다면 3화는 정말로 이야기의 시작을 끊는 화였습니다.
 2화에서 기대하게 만든 만큼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재미를 가져다준 화이기도 했구요.

 전장의 소년들이라는 3화의 부제는 이나호 일행과 슬레인은 물론이고 전투에 관련된 공주님, 암살자 소녀(이름을 모르겠네요.)까지 이르른 말일 것입니다. 그리고 3화에선 그 중심이 될 두 주인공, 이나호와 슬레인의 성격을 완성합니다. 이나호는 냉철한 지략가로써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고, 슬레인은 여린성격이지만 눈이 돌면 어떻게 돌변할 수 있는지 감정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지난 2화의 내용으로 봐선 적과의 전력차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의 장르가 코스믹 호러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는데 이나호는 너무나도 멋진 지략으로 적을 함정에 빠트려 격파해 냅니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 이나호가 현재 상황과 적의 특성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해 실행하는 모습이 이 3화의 전체 내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모든 것이 이나호의 계획대로는 되지 않아 수송기에 방해도 받고 하마터면 작전 성공에 앞서 트럭을 잃을뻔하기도 합니다만 공주님의 깜짝 변신과 뒤늦게 도착한 함선의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겨우 시간을 벌어 성공을 해 냅니다.







 닐로케라스의 숨통을 끊는 역할은 주인공답게 이나호가 맡습니다. 적의 센서가 어디 있는지 확인한다음 침착하게 그 부분을 칼날로 틈을 벌리고, 총알을 박아넣으며 친구를 위한 몫이라는 대사까지 남깁니다. 이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낀 사람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이전부터 쭉 이어져온, 이나호가 단순히 감정이 부족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장 확실히 주장하는 장면이기도 하지요.
제가 3화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장면도 이 부분에 있었습니다. 이나호가 다리밑 기둥 뒤에서 튀어나와 칼날을 붙잡고 달려나가는 연출이죠. 부서진 다리 사이에 빠진 적기를 상공에서 클로즈업하고 다리 아래로 달려나가는 이나호의 기체가 등장한다음, 칼을 내 뻗습니다. 애니메이션보다는 영화에서 볼 수 있을 만한 장면이고. 아오키 에이 감독이 즐겨쓰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제가 아오키 에이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들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이 과정이 희열이 느껴질 정도로 긴장감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미 2화에서 보여준 전력차가 그만큼 절망적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절망적인 상황을 뒤집어 낼수록 거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는 큰 법이니까요.
 이런식의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적을 지략만으로 물리친다라는 내용은 이미 코드기어스가 몇 년 전에 써먹은 적이 있고, 그 유용함 역시 증명해낸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쓰이는 내용은 아니긴 합니다. 그 이유를 예상해 보자면 먼저, 그런 이야기를 짜는 것이 어렵고, 주역기체의 등장이 뒤로 밀리는 것이 상업적으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일 겁니다.
 굳이 이런 방식을 택하는 것과 그걸 성공적으로 연출해내는 것이 우로부치 겐이란 각본가의 특성과 역량을 말해주죠.





 짧은 시간이었지만 성우 사쿠라이 타카히로가 트릴람이라는 꽤나 얄밉고 멍청한 악역을 제대로 연기해 주셔서 즐겁게 들었습니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2군데인데 공주님이 살아있는 것을 봤을 때 당황하는 부분과. 그리고 엔딩곡 후의 C파트에서 슬레인과 대화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은 화성인들의 특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공주님의 변신장면에선 암살하려고 했다고는 하나 어쨌든 트릴람은 전제정치 하에서 왕가를 떠받들며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사망하는 장면에선 트릴람이 멍청하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슬레인에게 말을 내뱉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트릴람이 슬레인을 사람으로 보고 있지조차 않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없이 말을 내뱉을 수가 있는 겁니다. 슬레인을 자신과 대등한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면 '크루테오 경의 사람인' 슬레인에게 자신들이 공주를 암살하려 했다는 걸 입에서 나오는대로 내뱉지는 않았겠지요.





 첫 전투의 내용을 마무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음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장면 역시 빼먹지 않고 삽입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슬레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확실히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구요. 3화의 중반까지만 해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마지못해 사격을 했던 슬레인이 트릴람이 공주를 죽이려 했던걸로 판명나자마자 탄창을 전부 비울 때까지 트릴람을 쏴버리죠. 거의 돌변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2-3화에서 이나호를 조명해온만큼 슬레인을 조명할 차례인데, 그가 4화에서부터는 어떻게 될지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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