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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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14.07.31 알드노아. 제로 03
  8. 2014.07.31 알드노아. 제로 02
  9. 2014.07.31 알드노아. 제로 01
  10. 2014.07.29 코미케에 가는 길


 알드노아. 제로 7화의 부제인 해후한 두 사람 -The Boys of Earth-는 누가봐도 이 작품의 주인공인 두 사람 이나호와 슬레인을 뜻하는 부제였습니다. 저번화에 예고된 대로 두 주인공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7화에 어울리는 제목이었지요.






 사람 두 명이 있을 때 그 두 사람의 관계성은 협력, 혹은 대립으로 표현되곤 하는데 이번 화에선 그 양면을 모두 보여줍니다. 당면한 적을 향해 협력하지만 종극엔 대립합니다. 이 두 주인공을 마찰시킴으로써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것 이상으로 두 사람의 차이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마지막 엔딩이 나오기 직전의 두 사람이 건넨 대화와 행동이 그렇습니다.

 이나호는 슬레인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지만 공주님 외엔 눈에 보이는게 없는 슬레인은 침착하지 못한 채 자신의 열망만을 이야기합니다. 그 정상적으로 이루어질리 없는 대화속에서 이나호가 슬레인의 정체를 어디까지 짐작했을지는 알 수 없으나 두 사람은 끝내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서로를 향해 사격합니다. 물론 두 사람다 서로를 죽일 마음까지는 없었던 걸로 보입니다. 슬레인은 '먼저 위협사격을 가하고' 이나호는 반격으로 스카이 캐리어의 날개를 쏴서 격추시킵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마지막 대화.

 당신은 나의 적입니까

 넌 내 적이다

 두 사람이 대립할 것임을 가장 확실하게 상징하는 대사를 남기고 4화에서 쓰였던 엔딩곡 aLIEz와 함께 부제를 남기며 부제가 올라오는 것은 굉장히 인상깊은 연출이었습니다.

 이 장면이 상징하는 것은 또 있습니다. 지금까지 슬레인보다 더 많은 조명을 받아온 이나호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죠.

 이나호가 로봇만화의 주인공으로써 이전의 주인공들에 비해 가장 크게 드러나는 강점은 임기응변 능력입니다. 여타 지략가 캐릭터와는 다르게 치밀한 계획을 세워놓고 그 계획에 말려들어가는 멍청한 적들을 보여주기만 하는 전개는 본 작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비슷한 게 닐로켈라스 전인데 그것마저도 사실 거의 임기응변에 가까웠습니다. 그 이후로는 이나호에겐 상황에 대비할 시간여유같은건 거의 주어지지 않았고 이나호는 그저 가진 것을 가지고 써먹을 수 있는 전술을 즉시 만들어서 써 왔죠.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완벽한 대처가 되지 못했습니다. 사실 결정적인 순간은 거의 행운으로 극복해 왔으니까요. 닐로켈라스 전에선 스카이 캐리어의 조종사가 슬레인이 아니었거나 공주님이 시간을 끌어주지 못했다면 작전은 실패했을 것이고 그 다음화에선 컨테이너로 아르기레에게 직격은 먹였지만 후속대처가 불분명했고 지난 화의 마지막에서 슬레인이 도착하지 않았다면 알드노아. 제로는 지난 화에서 끝났을 것이고 이번 화에서도 타네가시마 지하에 전함이 없었거나 그들에게 공주님이 없었다면 이나호와 슬레인은 손잡고 천국으로 갔을 겁니다.

 이나호는 단시간 내에 이런 전투를 겪으면서 겨우겨우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을테고  그 와중에 주위 사람들이 버티지 못하고 죽어나가는 것을 봐왔습니다. 그러한 시간의 차이로 아직 태도를 정하지 못한 슬레인이 당신이 적이냐고 물어볼 때, 이나호는 넌 내 적이다라고 단언해 버리죠.

 전쟁에 휘말린 소년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조명하는 것도 여러 로봇만화에서 반복된 클리셰인데 두 사람 중에서 이나호가 먼저 변했다는 것을 이번 화의 엔딩에서 보여준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이번 화의 내용으로 넘어가면. 이나호&슬레인 콤비가 헬라스와 싸워나가는 것이 이번 화의 주 내용입니다.

 앞서 말했듯 이나호가 로봇만화 주인공으로 가진 자질은 (침착함을 포함해서)임기응변인데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난 화가 아닌가 합니다. 6화에서 이나호가 궁지에 몰린 것은 적의 분석은 끝냈지만 단지 대항할 수단이 없었던 것 뿐인데 이번 화에 슬레인이 합류했다는 것만으로(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자) 상황을 반전시키니까요. 이나호가 나직하게 삼면육비를 해치우자고 말할 때는 그 대사만으로도 오싹할 정도였네요.

 둘이 협력해서 헬라스의 공격을 차례차례 격파해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는 구도였고, 두 주인공이 협력하는 모습자체도 좋은 요소였으며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꽤나 코믹하기도 했습니다.





 코믹했던 것은 헬라스의 변신도 마찬가지인데 이 부분에선 무려 우리 이나호마저도(!) 대단히 놀라고 맙니다. 지금까지 이나호가 보여준 모습들 중에서도 베스트 샷이라고 생각합니다.

 헬라스의 변신은 코믹하기도 했고 어처구니없기도 했지만 그 안에 로망이라는 요소의 함량으로 꽉꽉 들어차있는 것 역시 저번화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 화에 새로 등장한 전함도 그랬구요. 안쪽에 화력오타쿠가 들어앉아서 '하이퍼 메가'정도의 수식어가 들러붙은 입자포를 빵빵 쏴야 할 것 같은 그런 전함 말이죠.

 지난 세기의 로망을 이번 세기의 스타일로 표현해 내고 있다는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 이번 헬라스 전의 의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번 7화에서도 인상깊었던 연출들이 있습니다. 이나호가 사람들 앞을 가로막고 로켓주먹을 향해 사격하는 모습을 굳이 슬로우모션으로 올리는 것은 공주님이 전장의 한복판을 체험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탄피가 튀어오르는 모습이나 슬레이프닐의 정확한 사격 자세. 아레이온과 슬레이프닐의 동작에선 로봇이 아닌 현대의 군인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밀리터리 오타쿠의 로망이 스며들어있음을 느끼게 되더군요.






 지하에서 지구군의 카타프락트는 15년 전의 화성의 카타프락트인 크레이터를 베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단 한 컷으로 암시한 이 부분은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었죠.


 다음 화에선 어떤 화면과 어떤 내용을 보여줄게 될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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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점에 올렸던 것을 스샷만 올립니다. 링크는 아래

http://dumortieri.egloos.com/3108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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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드노아. 제로 6화는 지난화에 이은 황제의 선전포고 연설, 그리고 슬레인의 탈출씬과 함께 시작합니다.

 동시에 이 부분은 지난화와 마찬가지의 문제를 보여줍니다. 서사와 부재죠. 오프닝 등장 전에 나온 A파트에선 슬레인이 화성인 군인 한 명을 제압한 채로 오렌지색 카타프락트에 대해 묻는 모습은 군인에 대한 환상이나 로망같은 것을 자극하는 것이 있어 꽤나 멋있었지만 이것이 슬레인이 양륙성에서 탈출하는 씬의 전부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음 번에 화성측으로 장면전환이 되었을 때는 슬레인은 스카이 캐리어에 탑승해 그대로 양륙성을 탈출합니다. 이 장면은 연출조차도 이상하기 짝이 없어 기체 하나 출격하는 걸 시스템으로 막지 못하고 여러 명의 화성인이 슬레인이 사다리타고 올라가는 동안 총알 한 발조차 맞추지 못해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시청자는 여기에서 슬레인이 오렌지색 카타프락트가 어디있는지 정보를 얻어 양륙성을 탈출했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후에도 6화의 종반에 슬레인이 합류할때까지 다시 장면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와다츠미가 타네가시마에 갔다는 것을 슬레인이 어떻게 추측해서 쫓아왔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슬레인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거죠. 이 작품이 시작할 적엔 이야기가 크게 화성과 지구측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는데 한 쪽 줄기가 텅 비어버린 겁니다. 슬레인의 양륙성을 탈출하는 장면은 제대로 만들고자 한다면 박진감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청자에게 양륙성과 화성군의 지휘체계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도 있으며 슬레인이 얼마나 멋진 캐릭터인지도 보여줄 수 있었겠으나 그것들 중 무엇도 볼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애초부터 제작진은 화성측 이야기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기존의 로봇만화의 설정을 답습한 왕도다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으니 복잡하게 이놈사정 저놈사정 안그리고 주역들끼리 사이 꼬아서 싸움붙이지도 않고 이야기를 가능한 빠르게 우리편vs나쁜놈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정리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이 작품의 상당부분이 이해가 가긴 합니다. 이번 6화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화성측 기체들의 괴상한 디자인은(전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악의 기계쪽에 가깝고, 화성측 인물들의 속성은 가능한 한 악함만 부각시켜 지구를 침략한 악당들로 그리고 있죠. 활약상은 대부분이 주인공에게로 몰려있구요. 그러나 그 왕도에의 집착이 이야기를 완성도를 떨어트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작품에 참여한 주요 스태프들이 자신의 역량을 믿고 왕도의 요소건 사도의 요소건 신경쓰지 않았다면 지금의 알드노아. 제로보다는 좀 더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되었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번 화에 이어지는 1화 1전투 역시 그 왕도라는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이번 화의 기체는 들고나온 무장도 의미가 깊은데요. 무려

 로.

 켓.

 펀.

 치!

 입니다.

 이족보행병기의 로망중 하나죠.

 ...이런 걸 적들이 달고 나온다는 게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이긴 합니다만.

 이전에 나온 무적의 배리어나 검도 확실히 로망이 살아있는 무장이긴 한데 그것들은 로봇만화라는 카테고리라기 보다는 좀 더 넓은 카테고리인 SF의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로켓펀치는 온전히 로봇의 그것이죠. 

 이전까지의 알드노아. 제로는 전쟁소재의 로봇만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기본적으로 현실성을 깔고 전개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만화였기에 로켓펀치가 등장했을 때는 어안이 벙벙하더군요. 간혹 로봇만화들을 리얼로봇이니 슈퍼로봇이니 의미없는 잣대로 구분하긴 합니다만 그 분류방식으로 말하면 건담의 세계에 갑자기 마징가제트가 뚝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거죠.

 그러나 알드노아. 제로는 그 둘 중 무엇도 아니고 원래 이런 세계였을 뿐입니다. 제작진은 이번 화성기체의 등장으로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로봇간의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봐달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로봇이야 일반적인 미적감각과 한참 어긋나게 생겼습니다만 그걸 타고 등한 화성기사는 아름다운 누님이었습니다. 머리카락을 꼬면서 여유롭게 등장하는 장면이 꽤 매력적이었네요. 물론 다른 화성인들처럼 언어의 아름다움(...)에 취해 계셨는데 멀쩡한 정신으로 정신나간 것 같은 소리를 할 수 있는 게 픽션의 특권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권속이란 단어선택은 너무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 등장한 화성기사뿐만이 아니라 이번 6화에서는 여성진들의 귀여움이 꽤 두드러진 화였습니다. 그것도 일상적인 행동들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기에 더욱 와 닿는, 그런 귀여움이요. 시무라 타카코씨의 원안 자체도 귀여운데다 작품 자체가 캐릭터 묘사에 많은 것을 쏟고 있던게 화가 진행되면서 빛을 보고 있네요. 그런 세부적인 디테일이 뛰어난 것도 아오키 에이 감독 작품의 특징이죠. 이번 6화처럼 슬레인이 스카이 캐리어를 이륙시키는 장면처럼 가끔씩 괴상한 장면도 만들곤 합니다만.





 이번 화의 전투는 로켓펀치의 위력을 마음껏 보여주면서 진행됩니다. 일반기들이 격파되는건 물론이고 와다츠미 내부까지 잡아뜯겨지면서 침몰직전까지 갑니다. 이나호는 아르기레전때 그랬던 것처럼 임기응변으로 대응은 합니다만 탄이 떨어지자 그 다음이 없어 당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기책만으로 상황을 돌파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죠. 매그버리지 함장도 체념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와다츠미가 처해 온 상황이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합니다.

 그 끝의 끝까지 몰린 상황을 이번엔 슬레인이 구해내고, 슬레인과 이나호의 만남을 다음화로 미루면서 이번 화의 부제를 올립니다.

 기억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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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계 최강의 종족

그 이름하여 Korean.


소드 아트 온라인 2기 6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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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장면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다음 20분간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네요.
 는 농담이고.

 

 

 

 

 

 4화에서 이제 슬레인이 공주와 이나호 일행을 추격하기 시작할 거라고 예상했던 건 설레발에 지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5화의 부제는 알현의 장소에서, 이고 영어로는 Phantom of The Emperor인데 5화의 중심이 되는 내용은 귀족들, 그리고 슬레인이 황제와 만나는 내용이 주가 됩니다. 영어로 된 부제는 제대로 운신조차 못해 홀로그램을 써야만 의자에 앉을 수 있는 황제의 육체적인 허약함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황제의 권위가 유령처럼 유명무실해져 있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화는 저런 내용에만 러닝타임을 투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블래드와 이나호와의 전투가 절반의 비중을 차지해버렸죠.
 이 작품이 왕도를 추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렇다면 1화에 전투 한 번을 굳이 끼워넣고 싶어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지금까지의 전투 양상을 보면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에서 양산기를 고철덩어리로 변환하는 작업을 해왔던 원오프타입 기체에 대한, 그리고 전장에서 중2병 걸린 대사를 외치며 폼잡던 파일럿들에 대한 안티테제라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이것에 어디에 왕도가 있었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의 성격조차도 대단히 유니크해서 기존 로봇 애니메이션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데다 이전에 쓴 리뷰에서 말했듯이 1-2화는 부족하게나마 세계관과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과 상황을 풀어내는데 공을 들였는데 지금은 전투장면을 내보내는데 급급합니다. 이미 사파에 가까운 시작과 전개를 보였었는데 이제와서 왕도적인 전개로 가겠다는 건 일관성이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넣은 5화의 전투신이 괜찮았느냐 하면, 블래드와 아르기레가 너무 포스가 없습니다. 이전에 썼듯이 적과의 전력차가 클수록 그것을 극복해내는 카타르시스가 커지기 마련인데 블래드와 아르기레가 그만한 강력함을 보여줬는가 하면 이미 4화에서 한 번 일격을 당한 상태이고 시청자가 이나호에게 바라는 기대치 역시 낮지 않습니다. 그런 요소들 때문에 5화의 전투는 이전에 보여준 것과 같은 신기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전투의 양상과 연출이 좀 더 나았다면, 그러니까 아르기레를 상대로 나름대로 저항을 하는 아레이온과 그것들을 결국 썰어버리고 있는 아르기레 사이에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이나호. 이런 방식으로만 나왔어도 좀 다르게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이나호가 출격해야만 하는 동기 역시 없습니다. 이나호가 작전을 침착하게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자기밖에 없어서 자기가 직접 나갔다. 뭐 이런 어처구니없는 자신감이라도 좋으니까 내보여줬다면 차라리 나았을텐데요.

 

 

 

 

 5화에 주어진 시간의 절반을 스토리상으로 큰 의미 없는 전투에 쏟아부었으니 당연히 서사가 부족해집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작품은 원래도 서사가 부족했다는 겁니다. 제작진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아직 4화밖에 안 지났었으니까요. 주구장창 설정 이야기나 하고 있었어야 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현재 상황을 풀어나가면서 준비해둔 이야기 보따리에서 필요한 만큼씩 끄집어 내서 시청자를 홀리고 있었어야 할 시기라는 거죠.
 그런데 5화는 5화의 사정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지요. 당장 4화와 5화에서 블래드가 어떻게 이나호 일행을 찾아왔는지조차 우리는 모르고 있습니다. 보고 싶다고 바로바로 찾아오는 걸 보니 지구군이 아예 화성인들 손아귀 안에서 놀고 있나보다 짐작만 할 뿐입니다.
 버스 제국 이야기로 가면 문제는 더 커집니다. 버스 제국이라는 군주정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귀족과 황제의 사이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버스 제국의 상황을 풀어내고 있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갑갑하기 그지 없습니다.

 황제가 휴전명령을 내리는 걸 보면 기본적으로는 개념이 있긴 있는 사람이다. 귀족들은 황제와 소통할 수 있는 계층이라는 프라이드가 있구나. 그런데 황제와 말도 없이 일방적으로 선전포고한건 너희들도 먼저였잖아. 그런데 어떻게 귀족들이 황제 명령도 없이 일방적으로 선전포고를 할 수가 있나. (살짝 비꼬자면 정부 해군 육군이 다 갈라져서 한쪽이 다른나라에 마음대로 전쟁 걸던 나라의 후예가 만든 이야기 답습니다.) 황제가 황제가 된 건 알드노아의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이었구나. 그런데도 황제의 권력이 대단히 약하긴 한가보다. 첫장면의 황제와 마지막장면의 황제가 너무 다른데 노망들었나 아니면 나름대로 꿍꿍이가 있는거냐.

 이런 추측들을 가지고 현 상황에 끼워맞추는 식으로밖에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죠. 우리는 이 세계에 대해 아는 게 아직 없으니까요. 이전까지 등장인물들의 대화든 독백이든 화성의 정치체계에 대해 정보를 뭐라도 흘려둔 게 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부족한건 서사뿐만이 아닙니다. 연출 자체에 여유가 전혀 없어요. 장면 장면이 이어지는 느낌 없이 사건을 따로따로 붙여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다가 자츠바움이 마지막에 트로이어드 박사의 이름을 언급하는 건 너무 노골적으로 복선을 뿌리는 장면이라 말하기도 싫고, 이나호가 아르기레를 격파한 뒤 혼자 설명하는 부분도 어색하기 그지없습니다. 그건 함장이 "해수를 증발시켜 그 압력으로 파괴할 생각을 하다니.. 어쩌고" 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죠.

 모든 화가 완벽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고, (그런 작품은 거의 없기도 하고) 나중에 방영분이 더 쌓이고 나서 5화를 보면 아 이때 이래서 이랬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의 5화는 확실히 실망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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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는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 부족하게나마 설명하는 화였고 3까지는 등장인물들을 조명하는 화였다면 4화는 등장인물들에게 목적을 부여하는 화였습니다. 출연시간으로 보면 아직까지도 이나호의 턴이지만 슬레인은 자신 역시 주인공이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역할을 자신이 맡고 있다는 것을 시청자에게 각인시키며 4화가 끝납니다. 4화의 부제인 추격의 기사는 4화의 주적인 아르기레와 블래드가 아니라 슬레인을 뜻하는 말일테구요.
 훌륭한 BGM을 배경으로 슬레인이 높고 강한 자존감을 지닌 크루테오 경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는 모습은 분명히 시청자의 가슴 속의 뭔가를 움직이게 하는 부분이 있었지요.
 그러한 감상에 일조하는 것은 시무라 타카코 씨의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이 일조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슬레인이나 이나호를 보면 흔히 말하는 선이 고운 미소년 그 자체인데 그런 아이들이 안에 굳은 심지를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은 굉장히 두근거리죠. 4화부터 바뀐 엔딩은 이 작품이 이나호와 슬레인의 이야기임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4화에서는 각자의 처한 상황이 약간의 조크를 곁들여 지나갑니다. 그 중엔 '블랙'조크도 섞여있는데, A파트의 인코와 캄이 나누는 농담, 그걸 보며 한탄하는 선배가 그렇죠.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들이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가장 재미있게 본 장면은 매그버리지 함장의 대사였는데 절체절명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그런 여유가 있는 걸 보면 이 사람 역시 티타늄 멘탈인가 봅니다.




 4화에서 드러난 주역들의 상황을 보면서 호위대장이 누구인가가 궁금해지더군요.

 공주는 지구인중에 버스의 스파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암살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던 것 같네요. 그러나 그것 때문에 대역에게 죽으라고 등을 떠민 것 같지는 않고 암살사건이 우연이 겹쳐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는 확실해 보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공주가 에델릿조와 둘이서 이렇게 떠돌아 다니게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 호위대장이 대역을 강행했다는 사실을 보면 그 누군지 모를 호위대장 혼자 암살위협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을 수도 있겠네요.
 크루테오 경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고, 그가 군주정인 버스제국과 그 안에서의 그의 역할에 만족할 뿐만 아니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그 사람이 흑막인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주어진 상황을 이용하려 있다는 사실은 그 역시 만만치 않은 사람임을 말하고 있네요. 어쨌든 그 역시 공주 암살당하자 마자 좋다고 지구에 쳐들어간 화성기사의 일원이니 평화를 원하는 공주가 크루테오 경을 믿지는 않았겠지요. 호위대장 역시 대역을 강행하면서 크루테오 경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겠구요.
 지금 공주와 같이 없는 걸 보면 암살 당일날 대역과 함께 차에 같이 탔다가, 죽었을 수도 있지만 만약 살아있다면 언제 등장할지가 궁금해집니다.

 이나호의 경우 4화에서 주어진 목적 자체는 단순합니다. 일단 공주를 어떻게든 버스와 연락이 되는 곳으로 보내면 됩니다. 이번 아르기레처럼 추격해오는 로봇이나 지구인 스파이를 경계해야 하기 때문에 정보를 나눌 상대도 없다는 점 때문에 힘들긴 하겠지만 일단 목적 자체는 그래요.
 일단은 거기까지 가는 여정 자체가 1쿨의 내용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죠. 그리고 목적지에서 반전이 일어나서 2쿨의 추진력이 될 테구요.
 슬레인의 경우 더 힘듭니다. 공주의 생존사실을 아는 건 그 뿐인데, 아군이 될 사람은 없고, 어쩌면 (표면상으로는 아군인)공주의 적과 싸워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게 누군지조차 모르는데 그 진상을 혼자 파헤쳐야 해요. 그것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사람인 크루테오 경의 밑에서 활동하면서요. 정말 적진속에 있는 수준이네요.





 그렇지만 이런 복잡한 이야기는 집어치우고,로봇만화의 정수라면 역시 로봇간의 격전입니다. 닐로케라스가 가졌던 특성이 절대적인 방어력이라면 이번에 등장한 아르기레는 검사입니다. 검사라고 하면 보통은 날렵한 이미지를 가지기 마련이지만 아르기레의 외형은 뚱뚱하다고 해야 할 편이라는 것도 독특했습니다. 완전히 다른 외형과 개성을 지닌 로봇들과 싸우면서 여러가지 전투의 양상을 보는 것도 이 작품이 보여주는 하나의 재미겠지요.

 닐로케라스는 물에 빠트려 묶어놓고 나서 잡았었지만 이번엔 컨테이너라는 질량병기(!)로 해결을 하는 모습을 보였죠. 이나호가 말했든 시간벌기에 지나지 않았던 조치라서 운 좋게 아군이 도착하지 않았으면 이번엔 정말로 당했을지도 모르지만요. 컨테이너가 아르기레에 직격하고 이나호가 '아타리'라고 짧게 말했을 때는 그 직전까지의 위태함과 맞물려서 약간의 희열을 가져다주었는데, 순간 이 사람들은 정말로 연습기로 다 해결을 볼 생각인가 하는 의문이 스쳐지나가더군요. 그럴수도 있겠다 싶고, (주역기는 슬레인만 타도 될 테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 나름대로 유니크한 작품이 되겠지요.
 이나호의 활약은 무력하고 공포에 물들어 당하기만 하는 군인들과 비교되어 더욱 도드라집니다. 매그버리지 함장이 마리토 대위에게 15년 전에 살아남은 어쩌고 하는 걸 보면 그 때 전투에 투입되서 살아남은 사람이 별로 없었던 모양인데 그렇다면 대부분의 파일럿은 지금 이 전쟁이 첫 싸움이라는 소리겠죠. 그렇다면 지구의 로봇들이 대부분 무력하게 당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심지어 통신까지 다 끊겨서 다른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인데 대부분의 사람은 공포에 질려 발버둥치다 목숨을 잃는게 오히려 정상이라면 정상일 테니까요. 신병이라면 더더욱요.




 마지막으로 이나호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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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까지의 내용이 프롤로그였다면 3화는 정말로 이야기의 시작을 끊는 화였습니다.
 2화에서 기대하게 만든 만큼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재미를 가져다준 화이기도 했구요.

 전장의 소년들이라는 3화의 부제는 이나호 일행과 슬레인은 물론이고 전투에 관련된 공주님, 암살자 소녀(이름을 모르겠네요.)까지 이르른 말일 것입니다. 그리고 3화에선 그 중심이 될 두 주인공, 이나호와 슬레인의 성격을 완성합니다. 이나호는 냉철한 지략가로써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고, 슬레인은 여린성격이지만 눈이 돌면 어떻게 돌변할 수 있는지 감정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지난 2화의 내용으로 봐선 적과의 전력차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의 장르가 코스믹 호러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는데 이나호는 너무나도 멋진 지략으로 적을 함정에 빠트려 격파해 냅니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 이나호가 현재 상황과 적의 특성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해 실행하는 모습이 이 3화의 전체 내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모든 것이 이나호의 계획대로는 되지 않아 수송기에 방해도 받고 하마터면 작전 성공에 앞서 트럭을 잃을뻔하기도 합니다만 공주님의 깜짝 변신과 뒤늦게 도착한 함선의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겨우 시간을 벌어 성공을 해 냅니다.







 닐로케라스의 숨통을 끊는 역할은 주인공답게 이나호가 맡습니다. 적의 센서가 어디 있는지 확인한다음 침착하게 그 부분을 칼날로 틈을 벌리고, 총알을 박아넣으며 친구를 위한 몫이라는 대사까지 남깁니다. 이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낀 사람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이전부터 쭉 이어져온, 이나호가 단순히 감정이 부족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장 확실히 주장하는 장면이기도 하지요.
제가 3화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장면도 이 부분에 있었습니다. 이나호가 다리밑 기둥 뒤에서 튀어나와 칼날을 붙잡고 달려나가는 연출이죠. 부서진 다리 사이에 빠진 적기를 상공에서 클로즈업하고 다리 아래로 달려나가는 이나호의 기체가 등장한다음, 칼을 내 뻗습니다. 애니메이션보다는 영화에서 볼 수 있을 만한 장면이고. 아오키 에이 감독이 즐겨쓰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제가 아오키 에이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들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이 과정이 희열이 느껴질 정도로 긴장감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미 2화에서 보여준 전력차가 그만큼 절망적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절망적인 상황을 뒤집어 낼수록 거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는 큰 법이니까요.
 이런식의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적을 지략만으로 물리친다라는 내용은 이미 코드기어스가 몇 년 전에 써먹은 적이 있고, 그 유용함 역시 증명해낸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쓰이는 내용은 아니긴 합니다. 그 이유를 예상해 보자면 먼저, 그런 이야기를 짜는 것이 어렵고, 주역기체의 등장이 뒤로 밀리는 것이 상업적으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일 겁니다.
 굳이 이런 방식을 택하는 것과 그걸 성공적으로 연출해내는 것이 우로부치 겐이란 각본가의 특성과 역량을 말해주죠.





 짧은 시간이었지만 성우 사쿠라이 타카히로가 트릴람이라는 꽤나 얄밉고 멍청한 악역을 제대로 연기해 주셔서 즐겁게 들었습니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2군데인데 공주님이 살아있는 것을 봤을 때 당황하는 부분과. 그리고 엔딩곡 후의 C파트에서 슬레인과 대화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은 화성인들의 특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공주님의 변신장면에선 암살하려고 했다고는 하나 어쨌든 트릴람은 전제정치 하에서 왕가를 떠받들며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사망하는 장면에선 트릴람이 멍청하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슬레인에게 말을 내뱉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트릴람이 슬레인을 사람으로 보고 있지조차 않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없이 말을 내뱉을 수가 있는 겁니다. 슬레인을 자신과 대등한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면 '크루테오 경의 사람인' 슬레인에게 자신들이 공주를 암살하려 했다는 걸 입에서 나오는대로 내뱉지는 않았겠지요.





 첫 전투의 내용을 마무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음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장면 역시 빼먹지 않고 삽입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슬레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확실히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구요. 3화의 중반까지만 해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마지못해 사격을 했던 슬레인이 트릴람이 공주를 죽이려 했던걸로 판명나자마자 탄창을 전부 비울 때까지 트릴람을 쏴버리죠. 거의 돌변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2-3화에서 이나호를 조명해온만큼 슬레인을 조명할 차례인데, 그가 4화에서부터는 어떻게 될지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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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인이 화성인의 공습을 막기 위해 준비해왔을 작전은 화성인의 통신을 끊는다는 한 수에 어이없이 깨져버리고 그 뒤로 화성인들의 압도적인 전력이 화면을 메웁니다. 화성인의 압도적인 무력앞에 노출되는 것은 군대뿐만이 아니라 주인공 역시 포함되어 그들은 그 힘의 차이를 바로 눈 앞에서 목도하고, 급기야 친구까지 잃고 맙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평소와 같은 어조지만 속으로는 차가운 분노를 갈무리하고 있을 게 분명한 결의를 담은 대사를 꺼냅니다.

 싸우자.
 절망적인 전력차 앞이기에 더더욱 가볍게 말할 수 없는 그 결의를 말하면서 BGM이 깔리고 마지막 대사까지 끝낸 후 2화의 부제가 뜹니다.
 지구에서 가장 긴 하루.


 
 보통 로봇 애니메이션에서는 첫 화부터 주인공이 로봇을 타고 적을 무찌르곤 합니다만 하지만 우로부치는 그런건 엿이나 줘버리라는 듯이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주인공이 로봇을 타는 게 그렇게 중요해? 아냐, 난 주인공이 로봇을  타는지가 더 중요해!
 오프닝 엔딩 떼면 20분 약간 넘는 시간이 주어지는 TV애니메이션에서 1화만에 주인공에게 로봇을 타는 이유까지 부여하기란 힘든 감이 있지요. 우로부치는 그런 클리셰에 집착하는 대신 쿨하게 내버리고 주인공의 동기를 부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기실 2화는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를 위해 존재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1화가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 보여주는 화였다면 2화는 주인공, 그 중에서도 이나호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화였죠.
 이나호같은 타입의 캐릭터는 로봇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써는 잘 나오는 편은 아닙니다. 로봇 애니메이션에서는, 아니 로봇 애니메이션 뿐만이 아니라 주인공이란 포지션은 감정을 화면 밖으로 확확 뿜어내는 쪽이 더 인기있으니까요. 이나호는 그에 반해 냉철하고 침착하며 적어도 지금까지는) 감정 표현도 하지 않죠. 나이가 어린 만큼 감정 표현을 안 하는 게 아니라 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쪽에 더 가까울 거라고 보는데 정신적으로 몰려 가는게 분명할 상황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런 주인공은 잘못하면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처럼 비춰질 우려도 있습니다만 아오키 에이 감독은 그렇게 비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들여 이나호를 조명합니다. 누나가 좋아하는 계란말이를 만드는 장면이나 누군지 모를 여자아이 둘에게 다가가 충고하는 장면. 친구의 손을 이 악물고 잡고 있다가 놓칠 때의 표정. 차가 터널 안에서 멈춰섰을 때 차 위에서 망연자실하게 서 있던 장면. 이나호가 타인의 처지를 이해할 줄 알고 친절을 베풀줄도 알며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한 컷 한 컷 차분히 연출해냅니다.
 그렇게 이나호가 어떻게 '싸울 생각까지 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 다음에서야' 이나호의 마지막 대사를 내보내고 2화가 막을 내립니다.

 우로부치 겐은 등장인물을 죽이는 걸로 네타화가 되서 그렇지 그가 쓰는 죽음이 비극적인 것은 이야기를 내실있게 닦아놓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의 죽음이 비극적으로 받아들여지려면 먼저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는 거죠.
 단순히 누군가를 죽이는 방법뿐만이 아니라 1화 - 2화 - 3화에 이르는 이 과정속에서도 우로부치의 성향이 드러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ㅔㄴ: 성우 이야기인데. 이나호의 성우는 부담이 꽤 크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든 성우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에게 최종적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직업이니까요. 감독이 성우에게 어떤 연기를 하도록 요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한된 연기 톤으로 이나호를 표현해 내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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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스태프 이름만 봐도 아 이건 뭐가 되도 되겠구나 싶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아오키 에이
 우로부치 겐
 시무라 타카코 <-?!
 사와노 히로유키

 그리고 스태프에 안 어울리는 사람이 끼어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지요.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처럼.
 시무라 타카코씨의 원작은 안 봤지만 애니메이션은 둘다 봤고 둘다 고평가하는지라 이 사람이 그린 작품 또 나오면 또 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런 작품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1화는 다음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구성을 취해야 할 필요성이 가장 높은 화입니다. 시청에는 관성이란 게 있어서 1화만 보고 때려친다면 모를까 2화, 3화를 보게 만들면 보통은 계속해서 보게 되거든요. 그런데 1화를 통채로 배경설명에 때려넣으면서도 다음화를 기대하게 만들었단 말이죠. 대단하지 않나요. 1화의 내용을 거칠게 말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서 이제 전쟁이야. 인데 거기까지 이야기해놓고 적측의 로봇만 1컷씩 보여주고 주인공기체는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제 궁금해진단 말이죠. 저 삐까뻔쩍한 놈들에 대항하는 우리 멋진놈은 대체 어떨 것인가 주인공은 어떻게 로봇을 타게 되는가.
 바람이 있다면 주인공이 양산형 기체를 타고 적 주역기체를 쳐바르다가 양산기가 터져나가면 다른 걸로 바꿔타고 또 이기고 그런 걸 보고 싶은데 그런 소망을 투영해보는 맛도 있고 말이죠.
 그리고 스샷찍은 이 맨 마지막 장면 같은 경우는 어린애들의 대사만 가지고도 비극적인 상황을 예고하면서 끝내는 연출도 일품이었죠.

 여기까지는 좋았던 점 그리고 눈에 거슬리는 점은 둘이었습니다.
 아오키 에이 감독이 독백을 넣는 걸 싫어해서 그게 각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배경설명을 해야 하는 1화의 사정과 맞물리면서 대사감각이 너무 나빠졌습니다. 대놓고 이 세계를 설명하겠다. 라는 투의 대사가 너무 많아요. 그게 친한 학생들끼리 일상적으로 대화하는 장면에서도요. Fate/Zero 소설판을 읽어보면 우로부치 겐에게도 약간은 그런 경향이 있던데 어느정도 시너지를 일으킨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은 하나의 문제도 아오키 에이 감독의 문제인데. 후반부에 음악이 날뛰려는 부분에 자제를 시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굳이 사와노 히로유키가 아니라도 일류 음악가들은 음악만 가지고 텐션을 하늘 끝까지 올려 붙일수가 있는데 그러다 말았어요. 1화부터 텐션이 너무 높아져버리면 감당하기가 곤란하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감독이 눈 앞에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네요. 아오키 감독 이 양반아 1화는 그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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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케에 가는 길은 어렵군요.


깜짝이야



이상한 사람이 꼬였습니다




독설로 퇴치




길 찾느라 바쁜데 이런 놈이랑 놀아줄 시간 없습니다




또 이상한 놈들이 꼬이는군요




누가 부릅니다




일행있는척하기 스킬로 탈출




마음씨 좋아보이는 언니네요




그러니 속일 수가 없습니다





(스윽)




안 믿네요




......




필살의 고뇌




성 정체성을 포기해버렸습니다




럭키. 길을 아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히X시 상업지 사러 간다고 어떻게 말해




이상한 오해를 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해를 사버린 것 같은게 아니라 사버렸어요!




이 세계는 잘 모르니 메이저할 것 같은 이름을 대 봅니다




(미소)




이야기가 통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대답이 술술 나옵니다




어떻게 대화가 됩니다




코미케에 거의 다 왔나 봅니다




......?




뭔가 잘못됐어




물어봅니다





전 갈 필요가 있는데요?





!!




소드 아트 온라인 2기 4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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